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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균희 원장의 '생각의 틀 바꾸기'-6]아버지와 아들의 행복한 동행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2-06-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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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후반의 진우(가명)씨는 아버지와 함께 상담센터를 찾았습니다. 깔끔하고 정돈되어 보이는 아버지와 비교해 추레한 옷차림과 주눅 든 표정으로 앉아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상담 내내 못마땅한 눈빛으로 아들을 보고 있었고, 아들은 눈을 아래로 내리고 질문에만 답을 하였습니다.
 
  진우씨에게 아버지는 늘 엄격하고 냉정한 분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스스로 노력하여 자수성가한 분이라 진우씨에게는 자랑스럼움의 대상이자 롤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본인의 생각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며 무기력감에 짓눌려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비교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아버지 앞에서는 항상 긴장되었습니다. 진우씨의 표현에 의하면 ‘군대 막 들어간 이등병이 병장과 함께 사는 느낌’ 이라고 했으며, 아버지가 집에 오면 군기가 저절로 잡힌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진우씨가 외동아들이라 최대한 지원하고 풍족하게 키웠는데, 현재 아들의 모습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어 합니다. 너무 뛰어나서 넘어서기 어려운 아버지를 둔 아들은 절망합니다.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은 욕망은 성장 과정 중에 중요한 심리적 동기가 되는 데 이것을 포기한 아들은 무기력해집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룬 성공의 그늘 아래에 안주해버립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얻은 자신감이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기반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들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별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여기게 됩니다. 성장발달 과정에서 필요한 인정과 의존의 욕구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 경우, 자존감이 낮아 주변인의 삶을 사는 불안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진우씨는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상 바빴고 아들에게는 엄격했습니다. 잘하는 것에는 당연한 듯 반응이 없었고, 저번 보다 못 미치거나, 예의가 없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할 경우에는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성장할수록 아버지를 대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고 그럴수록 더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아버지의 인정을 원할수록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껴져 무기력해져 갔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버지입니다. 어떤 일을 해도 잘 인정해주지 않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의 눈에 들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애타는 조바심이 분노 또는 우울로 변합니다. 아버지는 그러한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부자관계의 갈등은 깊어갑니다.
아버지가 이러한 갈등을 자각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아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진우씨가 그렇게 상처받았는지 몰랐다며 미안해하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아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고 싶다며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진우씨는 애착결핍에 대한 트라우마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점진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였습니다. 상담이 진행될수록, 아버지의 인정을 굳이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는 꽤 괜찮은 사람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버지를 뛰어넘기보다는 함께 보폭을 맞추어 가는 방법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불러도 천천히 옵니다. 급한 거 아니면 다음에 하라고 해요. 군기가 많이 빠졌네요...뭐 좋아진 거 같아서 마음은 편하지만요..허허헛..
 
부자의 행복한 동행을 축하드립니다!
 
2022. 6. 20 해피브레인심리상담센터  원장  유 균 희
 
※ 지난해 6월 올렸던 칼럼이 이번 부산 해운대라이프지에 2023년 1월 18일자에 실렸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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